연주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겠지만 나무로 만들어진 기타라는 악기는 습도에 민감하다.악기에 이상적인 습도는 45-55%의 습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의 겨울은 결코 그런 습도 따윈 용납하지 않는다.이래저래 악기도 많이 망가트려 보고 그 후론 유독 민감하게도 굴어봤고 지금은 적당히 마음 편하게 기본은 유지하는 상황인데 이 경험들과 노하우에 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일단 먼저 짚어볼 건 일렉은 통기타보다는 덜 민감하다는 걸 말하고 싶고 통기타도 합판이나 상판 솔리드에 비해 올솔리드는 훨씬 더 민감하다는 것이다.뭐 당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겠지만 그 차이의 정도는 제법 크다.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어쿠스틱 기타에 비하면 일렉 기타는 습도 관리를 거의 해줄 필요가 없을 정도로 내구성이 좋다(물론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 만든 악기라는 가정하에). 그렇다면 결국 통기타를 유지 보수하기 좋은 정도의 습도라면 일렉은 아주 무난하게 습도관리가 되고 있다는 셈이다.그러니 좀 더 어쿠스틱 기타에 집중을 해보자.
지금부터 한 15년전 쯤인가? 추운 겨울 눈오는 날에 기타를 등에 메고 여기저기 쏘다니다 집에 들어온 적이 있다.기타가 걱정된 나는 오자마자 기타를 꺼내 봤다. 다행히 별 탈이 없었고 안도를 한 나는 기타를 잠시 바닥에 내려 놓았다. 한 5분 정도 지나서였나? 어디선가 쩍!하는 소리가 들려서 가봤더니 기타의 상판에 나무결을 따라 한줄로 주욱 크랙이 생겨있었다.아마 습도 문제보다는 추운곳을 돌아다니다가 보일러가 틀어진 바닥에 기타를 내려놓아서 급격히 생긴 온도 차이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을 거다. 통기타의 얇은 바디가 버티기엔 너무 극과 극의 온도차이 였던거다. 나무 악기는 대체적으로 온도에는 덜 민감하고 습도에는 많이 민감한 걸로 알려져있지만 이 정도의 극과 극의 온도차이는 나무가 견디질 못했던 거다.그렇가면 급격한 습도 차이에는 어떨까?급격한 습도 차이는 언제 생기는 걸까?
먼저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한다.통기타에게 급격한 습도 차이는 아주 안좋은 환경이다.그리고 급격한 습도 차이는 바로 가습기 때문에 생긴다.내가 이 글을 쓰려고 한 이유가 이 부분인데 많은 사람들이 악기를 두는 곳 근처에 가습기,제습기를 두고 45-55를 맞추어 보관하려고 애쓰는걸 종종 보았다.단언컨데 이런 방식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습도가 낮아진다 싶으면 가습기를 틀어서 급히 습도를 높이고 습도가 높다 싶으면 얼른 제습기를 틀어 습도를 낮춰 버리는 습관 ,이게 바로 급격한 습도변화를 불러 일으키는 환경의 원인이다. 나무는 이런 환경에 힘들어할 수 밖에 없는 소재이다.습도가 다소 낮더라도 또는 다소 높다 하더라도 일정한 습도를 유지하는게 급격히 45-45의 습도로 맞춰주는거 보단 차라리 더 낫다.
그렇다면 겨울철 악기 관리를 위해 가습기를 쓰지 말아야 할까? 그것 역시 아니다. 우리나라 겨울은 특히나 잔인해서 습도 20% 정도는 우습게 찍으니 절대 안심할 순 없다.그럼 어떤 방법으로 습도 관리를 해야할 까?
(오아시스의 휴미디피어,휴미디파이어? 암튼 그 시리즈)
첫번째 방법은 보관시에 하드케이스에 댐핏 종류로 보관하고 자주 꺼내 자주 연주해주는 방법이다.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생각보다 좀 신경이 쓰이는 방법이기도 하다.어떤 댐핏을 써야하며 자주 연주하라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건지도 애매하다.일단 자주라는 말은 애매한 기준이긴 하나 개인적인 생각으론 매일이라고 생각한다.매일 연주해주면 기타의 컨디션이 유지가 잘 되지만 이런 겨울철엔 하루,이틀만 하케에 넣어놔도 다소 컨디션이 바뀐다는 걸 느낄 때가 있다.그래서 케이스 안에도 습도계를 넣어두고 댐핏으로 적당량의 습기를 넣어줘야 하는건데 개인적으로 흔히 많이들 쓰는 지렁이 댐핏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물기를 정말 제대로 짜지 않으면 어떻게든 물방울이 하나,둘은 떨어져서 기타 바디에 직접 들어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기 때문이다.게다가 첼로용 댐핏 정도라고 해도 그만큼 물기를 짜버리면 금방 말라버려서 하루,이틀 기타를 못꺼내보면 이미 하케안은 건조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내가 추천하는건 오아시스의 휴미디파이어(휴미디피어?)다.절대 물방울이 흐르지 않는 구조이며 댐핏보다 훨씬 장기간 물 보충을 하지 않아도 된다.게다가 습도유지 능력도 훨씬 좋다.파란색인 OH-1과 갈색인 OH-5는 댐핏처럼 기타 줄사이에 거는 방식인데 파란색이 무난한 습기 제공이라면 갈색은 좀 더 강한 습기 제공능력을 가지고 있다.하케에 넣는다면 파란색 정도가 적당할거 같다.OH-14와 OH-6라는 모델도 있는데 하드케이스에 클립으로 걸어 보관하는 방식이다.개인적으로 이것처럼 편하고 신경이 안쓰이는 용품은 아직 못본거 같다.하드케이스에 보과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검색하여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가이아모 자연기화 가습기 ,내가 쓰는 모델이다)
두번째로 하드케이스에 보관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악기는 언제든 손 닿는 곳에서 바로 잡고 바로 연주가 되는 방식으로 보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내 경우 하드케이스에 악기를 보관하지 않는다. 현재 7대의 기타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다 스탠드에 세워두고 즉시 연주가 가능하도록 보관하고 있다. 이 경우엔 앞에서 말한 오아시스같은 휴미디피어로는 겨울철 습도를 감당할 수 없다.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가습기를 쓰는 방법 역시 좋다고 볼 수가 없다고 했으니 하나의 방법을 이야기 해본다면 빨래를 방안에다 널어두고 말리는 것이다. 바보같은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이 경우 습도가 급격히 변하는 일없이 천천히 습도가 올라가고 또한 어느 선 이상으론 올라가지 않는다.기타 보관에 적절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타 때문에 일부러 세탁기를 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다행히도 빨래를 널어주는 것과 똑같은 방식의 자연가습기가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전원도 필요없이 많은 필터들이 걸려서 자연적으로 습기를 분출하는 방식 ,즉 빨래를 널어두는 것과 동일한 작용을 하는 가습기이다.이름은 가이아모 가습기라고 하는데 내 경우 가장 큰 사이즈로 두대를 써왔다.두대를 방안에서 쓸 경우 습도가 60정도를 항상 유지하게 된다.적당히 좋았지만 올해부턴 한대만 사용해보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습도 50이 계속 유지가 된다.급격한 습도 변화 없이 항상 이상적인 습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이즈가 너무 작은건 가습 능력이 좀금 떨어지니 제일 큰 사이즈로 구매해서 한대 정도 악기 근처에 놔두는 걸 추천한다.간단한 구조라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그냥 빨래 널어두는걸 24시간 유지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다.
습도에 관해서 마지막으로 한가지 말하고 싶은게 있다면 우리가 어떤 방법을 써도 겨울은 온다는 것이다. 겨울엔 악기의 컨디션이 변한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그 변화를 최소화 하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일렉기타의 경우엔 계절이 바뀌면 셋업을 하는게 현명하고 어쿠스틱 기타의 경우도 겨울용 새들,여름용 새들 정도는 두가지로 가지고 있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