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ME의 오디오 인터페이스(audio interface)는 안정성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론 안정성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게 RME의 토탈믹스(TotalMix) 소프트웨어다. 단순히 여느 오디오 인터페이스들의 컨트롤패널 또는 내부믹서 정도로만 사용하는 이도 많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굉장히 많은 일들을 손쉽게 하게 해준다. 하나 하나 일일이 열거하기엔 너무 많은 내용들이라 여기에선 루프백(LoopBack)기능에 관해서만 조금 이야기 해보고 다른 활용법들은 다음에 다시 포스팅 해볼까 한다. 

RME 토탈믹스엔 루프백이라는 기능이 있다. 인터페이스 출력으로 나오는 소리를 인터페이스 입력으로 다시 보내주는 기능이다. 여타 인터페이스들도 이런 내부라우팅 기능을 가진 제품은 종종 있으나 버튼 하나 클릭 만으로 손쉽게 해주는 제품은 RME 뿐인 것 같다. 예전에 이고시스(EgoSys)의 다이렉트 와이어가 리즌(Reason)의 와이어링처럼 직관적으로 시그널 패스를 눈으로 보여주는 편리함이 있었다면 토탈믹스는 그런 시각적 편리함이 불필요할 정도로 간단하게 되어 있다. 또한 루프백 시에 생길 수 있는 피드백 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엄한 뻘짓(?)만 안한다면 안전하게 사용 가능하다. 단순히 루프백 시키고 싶은 아웃풋 채널에서 루프백 버튼을 눌러주면 끝이다. 특별히 다른 뭔가를 더 해야할 것이 없다. 그런데 루프백을 활용한 여러가지 작업들 중에 두가지 정도 언급하고 싶은게 있는데 그것만 간단히 설명해보겠다.

1.루프백 사용시 채널 라우팅

루프백을 메인아웃풋에서 활성화 시키면 메인아웃풋의 출력 레벨, 즉 페이더에서 조절된 레벨 크기로만 루프백 시그널이 돌아오게 된다. 오디오 시그널을 원본 크기의 레벨로 받기 위해 귀 터질만큼 페이더를 올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 경우엔 메인아웃에서 루프백을 사용하는건 무리일 수 있다. 따라서 토탈믹스의 믹서 창에서든 또는 매트릭스 창에서든 메인아웃으로 나가는 시그널을 사용하지 않는 아웃풋(디지털이든 안아날로그 아웃이든)으로 똑같이 나갈 수 있도록 라우팅해두고 그 채널의 페이더는 유니티 게인(0dB)으로 설정해두면 언제든 루프백이 필요할 땐 그 채널의 루프백  버튼만 클릭해주면 모니터링 레벨에 상관없이 루프백 시그널을 확보할 수 있다. 내 경우엔 디지털 단자의 안쓰는 채널 하나로 라우팅 시켜서 그 아웃풋 채널의 루프백을 켠 상태로 토탈믹스 스냅샷에 저장해두고 해당 스냅샷 이름을 'LoopBack'로 설정해두었다. 이렇게 하면 루프백이 필요할 땐 그 스냅샷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 루프백 기능을 바로 사용할 수 있다.

2.애널라이저에 관한 루프백 활용

RME는 자체적으로 디지체크(Digi Check)라는 RME 전용 애널라이저를 제공하기에 DAW 사용시 뿐만 아니라 컴퓨터에서 나오는 어떤 소리든 실시간으로 애널라이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그런데 디지체크는 개발된지 워낙 오래된 구형 애널라이저라 요즘 나오는 Flux, Nugen, SPL 등등의 애널라이저 만큼 좋은 기능을 갖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부분 사람들은 앞서 언급한 써드파티 애널라이저들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엔 대부분 애널라이저들이 스탠드얼론 모드를 지원함에도 불구하고 DAW 시그널 모니터링 위주로 사용하고 있으며 컴퓨터 상의 다른 사운드들을 모니터링 할 경우엔 물리적으로 케이블을 라우팅 시켜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엔 피드백이 일어나지 않도록 또 다른 라우팅 옵션들을 신경써야 하며 약간의 레이턴시와 약간의 부정확한 모니터링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애널라이저를 스탠드 얼론으로 사용할 때 RME 인터페이스들은 단순히 루프백 기능만 활성화 하여도 이런 복잡한 과정없이 스탠드얼론 상의 애널라이저에 컴퓨터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를 애널라이징 할 수가 있게 된다. 이미 이렇게 쓰는 분들도 있겠지만 의외로 애널라이저에 루프백으로 신호를 되돌려 사용할 생각을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걸 보고 알려둔다.


RME의 토탈믹스에는 숨겨진(?) 응용방법들이 정말 많이 있다. 상상하고 연구하는 만큼 쓸 수 있는게 토탈믹스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모든걸 적을 순 없지만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 하나씩 응용방법들을 포스팅 해보도록 하고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마무리 하겠다.


WRITTEN BY
캐슬롱
DAW,Guitar,Midi,Mixing,Review 등등

,

연말이 되어 어김없이 또 큐베이스의 새로운 버전이 발매되었다. 여러가지 눈에 띄는 기능들이 추가되고 수정되어 나왔다고 한다. 자세한 기능은 아직 나도 업글 전이라 다루긴 힘드니 다른 포스트에서 추후 다뤄볼까 한다. 이 포스팅에는 가격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또 한번 해보려 한다.

큐베이스 이번 버전은 최소 업글 비용이 99.99유로, 즉 한화 약 13만원 가량이 소비된다. 큐베이스 프로 버전 9.5에서 10으로의 업글 가격이다. 예전 9.0에서 9.5로 업글 할때엔 비용이 59.99 유로였다. 즉 차례대로 업글을 하는 유저라면 9.0에서 10 으로 업글 비용이 160유로 정도가 소요된다는 것이다.

160유로, 오늘 환율 기준 2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현재 로직 평생 업글 풀버전의 구매엔 앱스토어에서 199달러(!)가 소요된다. 큐베이스 메이저 업글 한번에 소요되는 금액으로 로직은 평생 무료 사용이라는 것!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큐베이스가 로직보단 훨씬 나은 DAW라 생각한다. 그러나 로직이라고 해서 작업하는데 무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둘 사이의 가격경쟁력을 보면 로직이 오히려 압도적으로 훌륭하다. 더 이상 로직의 값비싼 동글키가 맥북이라는 농담도 하기 힘들 거 같다.


큐베이스의 쩜오 단위의 업글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혹할만한 업그레이드 요소를 한 두개쯤 집어 넣어둔다. 이제까지 그래왔고 이번도 마찬가지이다. 위 사진을 보면 이번 큐베이스 10 버전의 채널스트립인데 이제까지의 디자인에서 확 벗어나 마치 니브 포르티코의 500시리즈 모듈을 보는 듯한 디자인이 끌리긴 한다. (실제 스테인버그의 인터페이스들은 루퍼트 니브와 협약으로 제조하기 시작했고 플러그인들도 포르티코 계열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런 외관 뿐 안아니라 소소한 기능들도 여럿 있고 64비트 플로팅 연산이 확실하게 자리잡기도 했다. 이 외에도 Vari-Audio의 업글 등 분명 매력있는 요소들은 여러가지 포함되었다.

그런데 이게 과연 메이저 업그레이드의 가치가 있는가? 개인적으론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현재의 쩜오 단위와 정수 단위의 업그레이드 두가지가 합쳐져야 메이저 업그레이드라 부를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눈에 띄는 부분 두어개 넣어두고 고작 '사이드 체인 걸기가 수월해졌다', '더블링 트랙 편집이 수월해졌다' 라는 식의 별로 대단치도 않은 내용을 메이저 업그레이드라고 내세우기엔 너무나도 상술의 냄새가 강하다.(게다가 다른 DAW에선 예전부터 다 되던 기능들이다)

프로툴스를 비롯하여 각종 플러그인 등등, 요즘은 월 사용료를 지불하는 구독 개념의 과금방식이 자리잡고 있는데 큐베이스 또한 매해 이런 방식의 업글 정책이라면 실질적 구독방식의 과금과 별 다를 바가 없어진다. 야마하라는 큰 회사가 인수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갈 수록 상업적 업그레이드 정책이 심해진다고 느낀다. 물론 당연히 이윤 추구는 해야겠지만 프로툴스가 네이티브 버전을 발표한 이후론 오히려 큐베이스가 가장 비싼 대중용 DAW가 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개인적으로 업글 비용 대비 내용물은 형편없다고 느끼지만 결국은 또 구매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팀원들 용 큐베이스까지 포함해서 총 8카피 업그레이드를 구매해야 하는데 매년 이런 식의 정책이 유지된다면 언젠가 큐베이스가 아닌 다른 DAW로 교체도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비용의 문제도 있지만 그 이전에 매년 연말마다 뭔가 괜히 당하는 듯한 느낌이 불쾌하기도 하다.


WRITTEN BY
캐슬롱
DAW,Guitar,Midi,Mixing,Review 등등

,


큐베이스는 물론이고 여타 어떤 DAW에나 스크럽(Scrub) 툴은 있다. 이 툴을 어떻게 쓰는 가는 개인의 활용법에 달려있기 마련이고 보통 어떤 목적으로 한부분을 느리게 들어봐야할 이유가 있거나 리버스 사운드의 인벨롭을 미리 모니터링을 간편하게 미리 해볼때 또는 샘플단위의 미세한 에디터링이 필요할 때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여기선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방법중에 하나인 애널라이저와의 연동된 활용법을 간단히 소개만 해보려고 한다.

위 사진은 플럭스(Flux) 사의 Pure Analyzer이다. 이 애널라이저의 경우엔 모니터링 하고자 하는 데이터를 원하는대로 배치하여 쓸 수 있다. 지금 우측 상단에는 현재 스펙트로그램(Spectrogram)이 배치되어 있다. 워터폴 방식과 더불어 시간 경과에 따른 프리퀀시 스펙트럼의 변화를 모니터링 할 때 매우 유용하다. 개인적으론 워터폴 방식은 뭔가 주파수에 따른 에너지를 파악하기엔 스펙트로그램보단 불편하단 느낌이 있어서 선호하지 않는다.

스크럽 기능으로 다시 돌아와서, 어떤 소스의 짧은 구간동안의 스펙트럼 변화를 알아보려면 단순히 애널라이저의 세팅만으론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가령 원샷 소스들, 킥이나 스네어 등의 짧은 소스를 단순히 애널라이저로 확인할 경우엔 소스의 길이가 워낙 짧은 탓에 에너지가 인벨롭의 어느 구간에 어떻게 배치되어 있는지 알아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인벨롭에 따른 에너지 분포를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면 컴프나 필터 계열의 다이나믹 프로세싱을 하더라도 접근 방식이 좀 더 디테일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원샷 소스뿐 아니라 어떤 트랙이든 트랜지언트의 에너지 대역을 모니터링 하거나 트랙간의 트랜지언트 타이밍의 에너지 분배에도 유리한 면을 많이 찾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스펙트로그램을 모니터링 하되 DAW의 스크럽 툴을 이용하여 해당 소스를 아주 느리게 긁어주면 스펙트로그램에서 원래 정상속도에선 짧게 뭉쳐서 알수없던 인벨롭에 따라 바뀌는 에너지의 이동을 손쉽게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된다. 꼭 스펙트로그램이 아니라도 어떤 모니터링 모드에서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으니 스크럽 툴을 사용한 각자의 애널라이저 활용법은 사용하기 나름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간단히 스크럽 툴과 관련한 애널라이저의 활용에 관해 포스팅 해보았다. 스크럽 툴 뿐만 아니라 DAW에 있는 많은 기능들 중에 대부분 잘 사용하지 않는 여러 기능들중에 애널라이저와 관련하여 활용할 수 있는 기능과 응용 방법들은 의외로 많이 존재한다. 나머지 여러가지 활용 방법들에 대해선 추후 애널라이저에 관한 포스팅을 따로 한번 작성해서 마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WRITTEN BY
캐슬롱
DAW,Guitar,Midi,Mixing,Review 등등

,


이전에 쓴 다른 포스팅의 댓글로 한 분이 트루피크에 관하여 질문을 하여 의외로 트루피크나 인터샘플 피크에 관하여 아직 잘 모르는 분이 많다는 걸 느껴 관련하여 포스팅한다. 사진없이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단 생각에 새로이 포스팅을 하는게 낫겠다 느꼈고 사진은 구글링으로 구할 수 있는 관련 사진들을 퍼와서 간단히 개념만 정리해보겠다.

요즘 나오는 애널라이저 플러그인이나 관련 툴들에는 트루피크 미터가 달려 있는 경우가 많다. 구 버전의 DAW나 여타 플러그인들의 경우엔 해당 오디오의 절대값을 나타내는 Sample Peak Programme Meter (SPPM) 방식의 미터링을 기본으로 설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엔 0dBFS의 한계점을 가진 디지털 도메인에서 실제 DA 컨버팅 되어 스피커를 통해 사람의 귀로 들리게 되는 실제 아날로그 상의 피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 중에 하나가 인터샘플 피크이고 그와 관련해 트루피크 미터의 효용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다음 사진들을 통해 SPPM과 트루피크 그리고 인터샘플 피크에 관해 간략히 설명해본다.

예전 DAW나 플러그인에서 흔히 사용되던 SPPM 피크 미터는 오디오 파형을 디텍팅 할 때 해당 프로젝트의 정해진 샘플레이트 만큼의 간격으로 샘플링을 하고 레벨을 측정한다. 가령 48Khz의 프로젝트라면 1초에 4만8천번의 샘플링을 하고 그 횟수만큼의 레벨 디텍팅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4만8천번의 집계방식의 그 사잇점, 가령 47999.5 정도의 구간에 들어 있는 어떤 레벨(인터샘플 피크:Interleaved Sample Peak)은 측정하지 못하고 건너띄게 된다. 그 사이에 유의미한 레벨의 변화가 없다면 괜찮겠지만 짧은 피크레벨이 있을 경우에 실제 아날로그 컨버팅, 스피커로의 전송 과정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청감상의 실제 디스토션이나 여타 왜곡, 에러 등등을 놓치게 될 수 있다. 그래서 샘플링 구간 사이의 실제 인터샘플 레벨을 측정할 수 있는 트루피크 미터의 효용성이 생기는 것이다. 


위 사진에서 보면 검은 점이 샘플링 구간이고 녹색선은 실제 아날로그로 컨버팅 될 때의 레벨변화인데 빨간 선 구간은 디지털 상에선 샘플링 지점 두개가 단순히 0dBFS로 측정되어 클립으로 묶이며 에러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제 아날로그 도메인으로 넘겨질땐 빨간선 모양처럼 선형으로 표현되게 된다. 이 구간을 DA컨버터가 어떻게 처리하는 가에 따라 아날로그에서 표현되는 소리 역시 달라지며 경우에 따라 충분히 디스토션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인터샘플피크 구간이 문제가 되어 아날로그 상에서 원치 않은 디스토션이 생기게 되는 경우다.

위 사진은 그 이전의 사진에서 인터샘플피크가 디스토션 될 수 있는 구간만큼을 내려서 실제 DA 컨버팅시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앤 상태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진짜 미약한 음압이라도 얻어낼려는 라우드니스 워 시대에 인터샘플 구간이 어떻게 표현될지를 걱정하고 미리 충분한 마진을 주고 작업을 마무리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트루피크 미터를 이용하여 인터샘플피크를 측정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라우드니스의 이유로 이것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설명의 용이성을 위한 사례로 생각하면 좋겠다. 

이렇게 간단히 SPPM, 인터샘플 피크, 트루피크에 관하여 간단히 알아보았다. 요즘은 DAW나 애널라이저들이 이런 개념을 다들 도입하여 사용하게 되었으나 예전만해도 DAW는 물론이고 전용 애널라이저에서도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대략 십수년 전만 해도 전용 애널라이저 툴 중에서도 로저 니콜스(roger nichols)의 인스펙터(inspector) 정도만 인터샘플 피크를 측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트루피크 미터 뿐만이 아니라 훨씬 더 발전된 형태의 측정을 제공하는 툴들이 많이 나와 있는 상태이니 모든 개념을 정확히 숙지하고 잘 활용한다면 작업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며 포스팅을 마친다.


WRITTEN BY
캐슬롱
DAW,Guitar,Midi,Mixing,Review 등등

,


일단 이 글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 아니며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과 소회를 담고 있음을 먼저 밝힌다.

우리 큰 애는 언어발달 수준이 또래들보다 다소 느린 편이었다. 두살 어린 동생보다도 어휘나 발음이 더 느린 정도였었다. 처음엔 어린이집을 또래들보다 1~2년은 더 늦게 다니기 시작한 탓이려니 했지만 그 후 1년이 넘도록 별 변화가 없어 좀 걱정이 되기 시작했었다.

노파심에 이것 저것 검색해보기도 했고 영유아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볼까 생각도 했었으나 '우리 아이에겐 아무 문제가 없다' 라며 철벽을 치고 있는 와이프를 설득하긴 무척 힘들었다. 게다가 주위 선배들의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라는 조언도 있어서 일단은 더 기다려보기로 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발음을 교정해주고 어휘들을 알려주곤 했으나 큰 차도가 없어 내심 걱정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정도도 아니었기에 일단은 기다려 보기로 했었다. 

당시 내가 추측했던 큰 애의 언어발달이 느린 이유는 과도한 TV,스마트폰 사용 및 대화의 부족이었고 이 부분들에 관해 나름의 제어도 시도해봤으나 별 차도는 없었다. 사실 똑같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둘째는 언어 발달이 꽤나 빠른 편이기도 했기에 결국 내 판단이 틀렸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애를 안고 큰 애와 함께 어딘가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애가 자기도 안아달라고 떼를 썼었다. 이전까지 동생과 관련된 상대적 박탈감을 한번도 표현한 적이 없던 애라서 속으로 내심 놀랐었다. 동생에 관해 큰 질투를 느끼지 않는 줄만 알았는데 결국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구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정확한 발음과 문장으로 "ㅇㅇ이는 맨날 안아주고 나는 왜..." 라며 떼 쓰는 모습은 또래 여느 애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제서야 어린이 집 선생님이 큰 애가 유독 어른들에게 메달리고 놀려고 한다던 이야기가 떠올랐고 꽤나 마음이 아팠다.

둘째를 가졌을 때 와이프에게 약간의 유산기가 있어서 큰 애는 겨우 기어다니기 시작했던 생후 8개월부터 엄마 품을 충분히 누릴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불만 표현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겼었지만 그건 결국 내 착각이었다. 오히려 큰 애는 동생에 관련된 상대적 박탈감을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겪는 상황이었음에도 무심한 아빠만 그걸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당시 난 허리 디스크 증상 때문에 큰 애랑 부대끼며 놀기 어려웠었던 터라 어쩌면 큰 애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작은애처럼 큰애도 안아주고 목마 태워주며 부대끼며 놀도록 노력해봤다. 사실 그렇게 놀기엔 이미 몸집이 너무 커버린 터라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았다. 언어발달 사항과 별개로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더 컸기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달 정도가 지난 후 큰 애에게 생각보다 큰 변화가 생겼다. 항상 떠들고 이야기하며 노는걸 좋아하던 둘째와 달리 조용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티비 보는 걸 더 좋아했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동생처럼 내게 달려와 떠들며 노는 걸 즐기기 시작했고 그 즈음부터 깜짝 놀랄만한 속도로 언어 능력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작은 애처럼 스스로 신나 떠드는 걸 즐기기 시작한 후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내 능숙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어쩌면 단순히 말이 잘 트일 시기가 또래보다 늦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부모나 그렇듯 자기 아이들의 감정상태에 따른 행동변화는 나 역시 감지할 수 있었기에 아이가 좀 더 나와의 대화를 즐기기 시작한 후 급속도로 언어발달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식상한 표현이라 좀 싫긴 하지만 아이들에겐 역시 부모의 애정표현이 정말 중요한 것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었다.

요즘은 좀 적게 말했으면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활발하고 능숙하게 이야기를 잘 한다. 물론 아직 더 배워야 할 것들은 많이 있지만, 정말 빠른 속도로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있음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한 때 나 스스로 아이들에게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다 생각한 적도 있지만 요즘 들어선 턱 없이 부족하단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오히려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만 커져간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더 자라야 할 텐데 그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내가 아이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오만한 착각이며 할 수 있는 건 더 사랑해주고 함께 있어주는 정도 뿐이란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WRITTEN BY
캐슬롱
DAW,Guitar,Midi,Mixing,Review 등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