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글의 목적은 정보 전달이 아니며 아이들의 언어발달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과 소회를 담고 있음을 먼저 밝힌다.

우리 큰 애는 언어발달 수준이 또래들보다 다소 느린 편이었다. 두살 어린 동생보다도 어휘나 발음이 더 느린 정도였었다. 처음엔 어린이집을 또래들보다 1~2년은 더 늦게 다니기 시작한 탓이려니 했지만 그 후 1년이 넘도록 별 변화가 없어 좀 걱정이 되기 시작했었다.

노파심에 이것 저것 검색해보기도 했고 영유아 언어발달을 도와주는 공공기관의 도움을 받아볼까 생각도 했었으나 '우리 아이에겐 아무 문제가 없다' 라며 철벽을 치고 있는 와이프를 설득하긴 무척 힘들었다. 게다가 주위 선배들의 '결국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라는 조언도 있어서 일단은 더 기다려보기로 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발음을 교정해주고 어휘들을 알려주곤 했으나 큰 차도가 없어 내심 걱정은 되었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정도도 아니었기에 일단은 기다려 보기로 했었다. 

당시 내가 추측했던 큰 애의 언어발달이 느린 이유는 과도한 TV,스마트폰 사용 및 대화의 부족이었고 이 부분들에 관해 나름의 제어도 시도해봤으나 별 차도는 없었다. 사실 똑같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둘째는 언어 발달이 꽤나 빠른 편이기도 했기에 결국 내 판단이 틀렸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애를 안고 큰 애와 함께 어딘가를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큰 애가 자기도 안아달라고 떼를 썼었다. 이전까지 동생과 관련된 상대적 박탈감을 한번도 표현한 적이 없던 애라서 속으로 내심 놀랐었다. 동생에 관해 큰 질투를 느끼지 않는 줄만 알았는데 결국은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구나 싶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부정확한 발음과 문장으로 "ㅇㅇ이는 맨날 안아주고 나는 왜..." 라며 떼 쓰는 모습은 또래 여느 애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제서야 어린이 집 선생님이 큰 애가 유독 어른들에게 메달리고 놀려고 한다던 이야기가 떠올랐고 꽤나 마음이 아팠다.

둘째를 가졌을 때 와이프에게 약간의 유산기가 있어서 큰 애는 겨우 기어다니기 시작했던 생후 8개월부터 엄마 품을 충분히 누릴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불만 표현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겼었지만 그건 결국 내 착각이었다. 오히려 큰 애는 동생에 관련된 상대적 박탈감을 동생이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겪는 상황이었음에도 무심한 아빠만 그걸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게다가 당시 난 허리 디스크 증상 때문에 큰 애랑 부대끼며 놀기 어려웠었던 터라 어쩌면 큰 애의 상실감은 생각보다 더 컸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작은애처럼 큰애도 안아주고 목마 태워주며 부대끼며 놀도록 노력해봤다. 사실 그렇게 놀기엔 이미 몸집이 너무 커버린 터라 다소 힘들기도 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은 해보았다. 언어발달 사항과 별개로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더 컸기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쓰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몇달 정도가 지난 후 큰 애에게 생각보다 큰 변화가 생겼다. 항상 떠들고 이야기하며 노는걸 좋아하던 둘째와 달리 조용히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티비 보는 걸 더 좋아했던 아이가 언제부턴가 동생처럼 내게 달려와 떠들며 노는 걸 즐기기 시작했고 그 즈음부터 깜짝 놀랄만한 속도로 언어 능력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작은 애처럼 스스로 신나 떠드는 걸 즐기기 시작한 후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이내 능숙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어쩌면 단순히 말이 잘 트일 시기가 또래보다 늦었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부모나 그렇듯 자기 아이들의 감정상태에 따른 행동변화는 나 역시 감지할 수 있었기에 아이가 좀 더 나와의 대화를 즐기기 시작한 후 급속도로 언어발달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식상한 표현이라 좀 싫긴 하지만 아이들에겐 역시 부모의 애정표현이 정말 중요한 것이란 걸 새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었다.

요즘은 좀 적게 말했으면 싶을 때가 있을 정도로 활발하고 능숙하게 이야기를 잘 한다. 물론 아직 더 배워야 할 것들은 많이 있지만, 정말 빠른 속도로 언어 능력이 발달하고 있음을 직접 목격하고 있는 중이다. 한 때 나 스스로 아이들에게 충분히 노력을 하고 있다 생각한 적도 있지만 요즘 들어선 턱 없이 부족하단 걸 많이 느끼고 있다. 오히려 가족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만 커져간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더 자라야 할 텐데 그 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내가 아이들을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정말 오만한 착각이며 할 수 있는 건 더 사랑해주고 함께 있어주는 정도 뿐이란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WRITTEN BY
캐슬롱
DAW,Guitar,Midi,Mixing,Review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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